2005 Lost in Supermarket

working: Unknown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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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in Supermarket 전시서문

奎谷 김홍희 (쌈지스페이스 관장)

문형민은 매체, 특히 언론과 광고 매체의 모순에 주목, 대응하는 작가이다. 매체가 소통 주체와 객체를 연결, 교류시키는 본질적 기능을 떠나 서로를 소외시키고 고립시키는 역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소통의 본래 의미는 정보의 일방적 송신과 수신이 아니라 그것의 상호 교환에 있지만, 매체의 작동 양상이 응답을 금하며 교환의 과정을 차단시키는 “응답  없는 스피치”  기능하는 것이다. 이것이 매체의 사회적 억압이자 모순적 힘이다.

사진을 주 매체로 사용하는 문형민은 이번에 비사진적 방법으로 자신의 매체 비판적 작업을 지속, 확장한다. 그의 매체비판은 매체의 핵심인 글자를 지우는 일로 시작된다. 그는 <미지의 도시 Unknowm City> 연작 (2002-2003)에서 빌딩의 숲을 이루는 도시 풍경을 촬영한 후 디지털 수법으로 각 빌딩을 수식하고 하고 있는 모든 글자 싸인을 제거함으로써 도시 풍경을 정체성의 불명의 지대로, 비장소의 사이트로 만들어 버렸다. 미국, 유럽, 아시아의 도시들이 구별없이 같아 보이는 무명의 도시풍경 사진과 마찬가지로, Unknown City의 또 다른 연작(2000-현재)은 수퍼마켓이나 드락스토어에 일렬로 진열된 약품을 촬영하고 케이스 외부에 인쇄된 모든 글자들을 지워버린 동일화가 불가능한 무명의 약품 사진이다. 언어적 정보를 순수 시각적 형태로 전환시킴으로써 매체의 무익성, 비소통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번에 그의 지우기 대상은 간판이나 명제표가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 페이지의 기사 글귀들이다. 엽기적인 구인 광고, 살해 사건 보도기사 등 대부분이 끔찍한 내용들이다. 그는 화면이자 프레임인 쇠판의 표면 위에 젯소칠을 하고 그 위에 기사가 새겨진 시트지를 부착한다. 그 위에 다시 칠하고 부착된 글자를 떼어내고 다시 칠하고 사포질하고 글루를 바르는 일련의 지우기 과정을 통해 그 끔찍한 현실들이 은폐되고, 마지막 단계인 표면 채색 과정에서 지워진 사건들이 미학적이고 장식적인 시각적 오브제로 재탄생한다.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하찮아 하거나 쉽게 잊어버리는 무심한 독자들에게 응답 없는 스피치가 되어 망각의 심연으로 사라지는 어두운 사건들이 예쁜 예술적 인공품으로 변신하여 환한 웃음으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문형민이 지우는 글자들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쓰고 지우고 또 겹쳐 쓰는 양피지 사본 또는 왁스 글자판과 같이, 중층적 흔적으로 남아있는 그의 화면 위에서 의미가 유보되고 현실적 맥락이 굴절된다. 데리다적 의미의 언어적 불안정성, 의미의 비결정성을 환기시키듯, 글자를 흔적으로 대치시키는 해체적 유희에 의해 그의 화면은 시뮬레이션, 가상현실로 전환된다. 그것은 욕망의 방향상실, 감각의 혼수상태, 장소의 부재, 주체의 소멸을 경험케 하는 가상적 미장센이자, 소외, 억압 보다 더욱 악성적인 함몰적 상황이다. 

그러나 문형민은 수동적 함몰을 능동적 분출로 역전시킨다. 스크린이나 정보망과 같이 의미 없는 기표로 전환된 불안정한 화면, 정보의 과잉이자 결핍으로 무화되어 버린 불완전한 자신의 화면을 관객의 응시로 완결시킴으로써 오히려 관객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관객의 “핫”한 참여를 요구하는 “쿨”한 매체와 같이, 흔적으로 잔존하는 지워진 글귀들이 관객의 기억을 되살리며 그들을 새로운 지각주체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응답 없는 스피치로서의 매체의 역작용을 조롱, 비판하는 그의 지우기 작업의 미학적, 철학적 당위이다.

Unknown Story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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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 Story #06
2005
Automotive Painting on Metal Box
75 x 75 x 8 cm (30 x 30 x 3 in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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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 Story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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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 Story #04
2005
Automotive Painting on Metal Box
50 x 50 x 8 cm (20 x 20 x 3 inches)

Unknown Story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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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 Story #01
2005
Automotive Painting on Metal Box
75 x 75 x 8 cm (30 x 30 x 3 in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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